Etc/Diary

블로그 진짜 사소하게 접근하기

Isaac Kenastan 2024. 11. 15. 09:52

 요 며칠 사이 나의 컴공으로서의 정체성은 희미해져만 갔다.

 

 당연하게도 18학점을 수학과 과목으로만 수강했기 때문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주변 친구들이 점점 컴퓨터 관련해서 무엇인가를 쌓아나가고 있는 와중, 나는 컴공을 선택한 이후의 3년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쌓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기간 중간중간 시도들은 분명 있었다. 블로그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고, 백준을 풀어보겠다고 알고리즘 책을 편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왜 난 블로그를 쓰지 않았을까?

 

 어릴 때 롤이라는 게임을 접했을 때, 혼자서 봇전만 100판 넘게 돌렸던 기억이 있다. 팀 포트리스 2라는 게임을 100시간 넘게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봇전을 돌렸던 시간이다. 나는 무엇인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에 "겁을 내고", "완벽해진 상태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완벽해지기 전에 금세 때려치곤 했다.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고, 도전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난 몰랐다.

 

 블로그 역시, 처음부터 미적분학 전체 훑기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비공개로 글 몇개 올리면서 "겁을 냈다". 카테고리를 굉장히 "완벽하게 설계"해두어, 그것 이외의 다른 글들을 올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글 하나도 제대로 올리지 않은 유령 블로그가 되고 말았다.

 

 블로그를 더 사소하게 접근해야 한다. diary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그냥 아무 글이나 때려넣는 카테고리. 나에겐 이런 카테고리가 절실하다. 그냥 진짜 아무거나 쓸거다 이젠. 나는 무언가를 딛고 성장한 사람이 아니다. 포트폴리오가 아닌, 성장일지가 내겐 필요하다.

 

 마침 티스토리에서 오블완 챌린지를 하고 있나보다. 과제가 되었든, 퀴즈준비가 되었든, 뭐가 됐든 블로그의 생활화를 시작해보고 싶다. 원래 챌린지 같은것도 괜히 겁을 내는 게 있었는데, 일단 그냥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