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Diary

취미로 유튜브를 본다는 것, 취미로 블로그를 쓴다는 것

Isaac Kenastan 2024. 11. 17. 20:46

 블로그는 여유로운 취미이다.

 적어도 내 상황에서는 그렇다. 나는 지금 두개의 과제와 하나의 퀴즈를 앞두고 정신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24시간 유튜브 보기 챌린지를 하는 것마냥 유튜브를 보고 있다. 금요일엔 술을 마시고, 토요일은 학원 알바를 간다는 명목 하에 알바를 하고 나서는 기숙사에서 6시간동안 유튜브를 보고, 다음날에도 일어나서 2시간, 밥먹고 6시간 유튜브를 봤다. 사실, 내일까지의 과제와 모레의 퀴즈를 생각하면 난 지금 블로그를 써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건 유튜브도 마찬가지였었다.

 왜 유튜브는 그렇게 오래 보았고, 블로그는 마냥 손이 안 갔을까?

 

 유튜브를 보는 나는 "바닥 상태" 인 것 같다. 볼때는 마냥 편하다. 근데 나 자신도 알게 된다. 언젠가는 이것을 그만 둬야 하는데. 나는 언젠가 다시 에너지를 써서 들뜬 상태로 올라가야 하는데, 공부를 해야 하는데... 라고 상상하게 된다. 그것만으로 나는 침울해진다. 그래서 그것을 유튜브를 보면서 잊는다. 영상을 다 보고도 다른 맞춤 추천 영상을 고른다. 유튜브 보는 건 차마 멈출 수가 없다. 에너지를 쓰는 것을 유예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항상 "바닥 상태"이고 싶은 것이다.

 

 결국 나의 의지는 들뜬 상태가 되기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왔음에도 차마 나는 공부를 시작하지 못한다. 만약 내가 그 상태로 공부를 포기하고 다시 유튜브를 봤다면, 난 아마 과제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켰다. 생각이 정리되는 부분도 있고. 어느정도 의욕이 생긴다.

 

 그런 차이가 있다. 유튜브는 나를 잠시 잊는 것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나를 바라보며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을 느낀다. 나는 아무런 노력과 에너지를 억지로 쏟지 않고도, 자연스레 "들뜬 상태"가 되어 과제를 하게 된다.

 

 유튜브 시청은 게으른 취미이고, 블로그를 쓰는 것은 여유로운 취미이다. 유튜브를 보며 게으르게 빈둥거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만, 블로그를 쓰며 여유를 가지고 나를 돌아보면 앞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떼진다.

 

 블로그를 켜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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